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1974-75년 일제전범기업 연쇄폭파사건
마쓰시타 류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2024.8.30 출간 / 22,000원 /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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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74-1975년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일제 전범 기업을 열 차례에 걸쳐 폭파하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왜 ‘반일’을 내걸고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폭파를 감행했을까
국가와 폭력, 제국주의와 착취,대중과 운동, 투쟁과 성찰…
과격한 폭탄 투쟁 이면에 자리한 묵직한 질문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잊혀진 기억을 복원하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과거의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일본과 아시아 곳곳에서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해 온 전범 기업을 막기 위해 격렬한 폭탄 투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폭파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들은 오랫동안 냉혹하고 비정한 테러리스트이자 ‘지워져야 할’ 역사로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는 2020년에 김미례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다큐멘터리와, 2024년 초에 50년 가까이 지명수배자로 숨어 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전갈’ 부대의 기리시마 사토시의 자수가 언론에서 다뤄지면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폭탄 투쟁이라는 과격한 장면 이면에 스스로를 ‘반일’이라 외쳤던 이들의 생각과 실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주요 멤버인 다이도지 마사시에 주목하여 투쟁을 시작한 계기와 과정, 체포 이후의 회고와 반성을 따라가며이 기억들을 다시 복원한다.
가해자 일본을 자각하고 ‘동아시아’ 인민들과 연대하고자 ‘무장’을 택하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본이 여전히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 교류 혹은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해외로 진출하여 다른 나라의 인민과 자원을 착취한다고 여겼으며, 본국에서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추구하는 기존의 운동 역시 식민지 인민의 수탈과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일제의 자본 축적 위에서 ‘평화롭고 안전하며 풍요로운 소시민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인민들도 제국주의자이자 침략자라고 비난한다. 이들의 이런 시각은 1960년대 들어 격화된 안보투쟁, 평화운동, 전공투 등 기존 운동에는 결여된 급진적인 시각이었다. 그들의 비난은 자기 자신에게도 닿아 있다. 홋카이도 구시로 출신인 다이도지 마사시는 자신 또한 본토에서 아이누 모시리를 침략한 침략자의 후손이라고 칭한다. 침략자의 후손인 데 대한 자기 성찰의 끝은 일본의 해외 침략을 멈추게 하는 것에 이르렀다. 지금도 다른 국가를 착취하는 가해자라는 인식, 국내의 소시민적인 운동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적 방식을 통한 착취를 멈추어야 한다는 확신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으로 하여금 ‘반일’을 외치며 동아시아 인민들과 연대하게 했다.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살아 온,다이도지 마사시와 마쓰시타 류이치의 운명적인 만남
저자 마쓰시타 류이치는 1969년 《두붓집의 사계》라는 책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마쓰시타 류이치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어려워진 가정 형편을 돕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가업인 두부 만드는 일을 묵묵히 해내며 자신의 일상을 담은 책을 썼다. 《두붓집의 사계》는 드라마화되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류이치는 당시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모범 청년’으로 표상되었다. 그러나 류이치는 자신을 이렇게까지 ‘모범 청년’으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 불편함과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같은 시기 일본에 반기를 든 전공투에 참여한 학생들과 대조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1970년, 전공투가 거의 끝나가던 무렵, 류이치는 두붓집을 접고 행동하는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이후 류이치는 일본의 아나키스트인 오스기 사카에와 와다 규타로에 관한 책을 연달아 집필한다. 이 책들은 급진적인 학생 운동과 폭파 사건 등에 가담해 투옥된 활동가들 사이에서 읽히기 시작했다. 그중 류이치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두붓집의 사계》는 ‘붐’이라고 할 정도로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는데,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늑대’ 부대원 다이도지 마사시는 특히 이 책에 감명을 받는다. 마사시가 류이치에게 직접 편지를 쓰면서 둘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류이치는 사상자를 발생시킨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투쟁에 대해 어려움과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결국엔 자신이 이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책무를 느낀다.
여러 시간대를 오가며 구체화되는 사건과 사람들,그리고 한국의 오늘
마쓰시타 류이치는 직접 취재한 내용과 다이도지 마사시와의 인터뷰에 기반하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사람들과 그날들을 복원한다. 이야기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멤버들의 체포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폭파 준비 과정과 체포 직후의 장면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 마사시와 류이치가 만나는 장면이 교차되며 구체화된다. 사건 당시의 사상적 선명함은 체포 이후의 회고와 반성과 겹쳐지고, 사건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확신은 사건이 일어난 후 그들 가족의 복잡한 심경과 겹쳐진다. 실천과 성찰, 회고와 반성이 뒤섞이는 시간대를 지나며 독자들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읽어 낼 수 있는 여러 장면들과 마주할 것이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투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여전히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며 함께 성찰해보기를 권한다.
지은이/옮긴이
마쓰시타 류이치 松下竜一
1937년 오이타현 나카쓰시에서 태어났다. 1969년 《두붓집의 사계》로 데뷔하여 1982년 《루이즈 — 아버지에게 받은 이름은》으로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가자나시의 여자들 – 어느 어촌의 투쟁(風成の女たち ある漁村の闘い)》,《어둠의 사상을 – 화력발전소 저지 운동의 논리(暗闇の思想を 火電阻-止運動の論理)》,《규 씨전 – 어느 아나키스트의 생애(久さん伝 -あるアナキストの生涯)》, 《기억의 어둠 – 가부토야마 사건(記憶の闇甲山事件)》,《노여움에 말한다, 도망은 아니다 – 일본적군 돌격대원 센스이 히로시의 유전(怒りていう、 逃亡には非ず 日本赤軍コマンド泉水博の流転)》등이 있다.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미야모토 데루의 《환상의 빛》, 《금수》,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비롯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마음》 등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다.
추천사
후지이 다케시 역사학자, 도쿄외국어대 교수
‘반일(反日)’이라는 말을 듣고 지겨움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선거철만 되면 친일이네 반일이네 하기 시작하는 정치인들, 3·1절이나 광복절만 되면 평소 안 하던 일제 타령을 쏟아내기 일쑤인 언론 등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반일종족주의》와 같은 책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팔린 사실 역시 반일이라는 말에 담겼던 감각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뉴라이트 세력이 보편주의적인 시각을 내세워 편협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반일이 ‘애국’의 다른 표현쯤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반일은 꼭 애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마쓰시타 류이치가 쓴 이 책은, 다름 아닌 일본인 젊은이들이 50년 전에 반일을 내걸고 일본 전범 기업들을 폭탄으로 공격하기에 이르는 모습, 그 열정과 고민, 갈등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반일이라는 말이 애국주의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반일을 외친 까닭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에 의한 지배를 바란 결과는 아니지 않았던가.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속에서 외쳐진 ‘반일’이라는 말에 깃든 ‘해방의 계기’를 되찾기 위해서도 이 책은 읽혀야 한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행동은 불행히도 일본 신좌파학생운동의 오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세계 정세나 현실사회주의의 위기를 해독하고 운동의 전략을 재정립할 지식이 부족했다. 청년 혁명가들의 어긋난 진정성은 “혁명을 향한 주관적 낭만”(시게노부 후사코)이가 닿는 필연적인 실패로 돌진했고, 매스미디어의 스펙터클에 포획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 마쓰시타 류이치는 다이도지 마사시와의 대화와 치열한 취재를 통해 그들의 투쟁이 왜 처참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본다. 다이도지 마사시는 “우리는 대중이라는 살아 있는 구체적인 존재를 개념으로만 이해했다”고 회고하며 자신의 오류를 마주했다. 이 ‘정의로운’ 무장투쟁의 어두운 면모가 가장 폭력적인 국가권력을 떠받쳐 왔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저자는 그들이 환기시켜 주는 어떤 꺼림칙한 감정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어두운 과거를 망각함으로써 지워버리려는 태도야말로, 억압을 영속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에 억압된 기억을 어떻게 되짚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를 불편하게하지만, 우리가 망각해 왔던 사유의 방식을 상기시킨다.
김미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감독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 도쿄를 방문했던 2015년은 그들의 체포로부터 40년이 되던 해였다.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수십 년을 살아 온 이들과 감옥을 오가며 이들을 지원한 사람들 모두 노인이 되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폭탄을 수단으로 당시 일본사회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영화를 만드는 내내 나는 끝도 없이 수신되는, 간단하지만 답하기 힘든 질문들에 쩔쩔매고 있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저자 또한 나와 같은 질문들을 받아 왔고, 이 책에서 대답하고 있다. 그는 일본을 경악시킨 사건의 이후를 살아내고 있는 부대원들과, 그들의 가족이나 지원자들이 겪어내고 있는 심리적인 변화나 일상을 세심하게 살핀다. 부모의 평온한 일상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시작된 암담한 고통의 시간, 그로부터 시작된 멈출 수 없는 사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것이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존재하고 있는 사회와 역사에 대해서 탐구하게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 되묻게 한다. 한국에서 이 책이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 그들로부터 발신되는 편지가 많은 독자들에게 도착하기를 바란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죽을 기회를 놓치고
제2장 구시로, 오사카, 도쿄
제3장 늑대의 탄생
제4장 도쿄 내 비상사태 선언
제5장 무지개 작전
제6장 사형선고
에필로그
후기
해설 사이토 다카오



